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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기업사례] 가장 뜨겁게 창조하는 전통의 정취, (주)고령기와
관리자 등록일 2017-05-17 조회수 134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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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를 1,000°C 이상에서 구워내는 우리 전통 토기와는 전통 건축의 과학과 미학을 담고 있다.
(주)고령기와는 전통 한식 기와의 가치에 현대 기술을 더해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한식 토기와를 생산하고 있다.

감동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에서 나온다. 애초에 (주)고령기와가 도모했던 것은 기와와
삶 사이의 전면전과 같은 것이었다.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조선 초기 한식 기와의 비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득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멋의 비밀을 푸는 도정.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얻어낸 최고 한식 토기와 제작업체라는 명성은 65년간 이어진 고령기와 3대의 뜨거운 질문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여 단순한 기교가 아닌 묵직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고령기와의 전통 한식 토기와는
우리 삶의 풍경에 어떤 건축자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드리운다.

글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 사진기자

전통의 가치에 현대 기술을 더하다

최고 품질의 기와에는 최고 품질의 점토가 있다.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고령은 예로부터 흙이 좋기로 유명했다.
대가야의 도읍지로서 고령이 기왓골이라 불리며 기와 생산지로서 융성했던 것도,
철성분이 많이 함유된 기와용 점토를 가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좋은 흙이 곧 좋은 기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고 품질의 기와가 탄생되기까지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고령기와의 65년 역사는 전통기와 제조 기술의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이자 우리 전통기와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식 기술을 접목하는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었다.

기와의 품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수분 흡수율이다. 숨을 쉬는 기와는 비나 눈이 오면
전체적으로 수분을 머금었다가 날씨가 개면 이것을 증발시킨다.
그러니 날씨와 계절의 변화와 함께 기와는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기와가 깨지는
동파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두꺼비 가마’라 불리는 감투가마에서 만든 기와의 수명은 이 현상 때문에 10년을 넘기기 힘들었다.
가마를 최고 온도까지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밀봉하기 때문이다.
동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통기와가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당시 기와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흡수율을 낮춰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가마를 개량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했다.

고령기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프만식 벽돌 가마,
국산 철제가마를 설치하는 등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만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1989년 일본에서 기와용 가스식 셔틀가마(shuttle kiln)를 업계 최초로 도입한 후,
이것을 한국형 기와가마로 개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KS 한식 기와의 흡수율 기준은 9%였지만, 고령기와는 흡수율 5%까지는 동파의 위험이 있다고 자체판단하고
이 수치를 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가마 온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흡수율을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연료비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기와 전체에서 고른 흡수율을 구현하기도 어렵다.
흙 관리, 성형, 전처리, 건조, 소성의 전 과정에서 끝없는 개량을 통해 고령기와는 보통 1,100°C 이상까지
올려야 낼 수 있는 기와의 물성을 1,080°C에서도 내는 데 성공했다.
조금이라도 낮은 온도에서 최고 품질의 기와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60년 고령기와의 경험과 노하우로 얻어낸 힘이다.

셔틀가마를 도입하고 나서 고령기와에서 제작한 기와는 동파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
대표적인 예로, 이 가마에서 생산된 기와로 1990년 복원된 경복궁의 기와는 지금까지도 동파 문제없이 건재하고 있다.
동파율을 낮추면서 고령기와의 제품은 높은 강도를 구현했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기와 시공을 하는 와공들이 고령기와의 제품을 꺼릴 정도였다.
하지만 시공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제품을 사용했다가 오히려 하자 처리비로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은 다시 고령기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령기와에서 생산하는 한식 토기와는 흡수율이 낮아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단단하고 가벼워 최고 품질의 기와로 꼽힌다.

기와가 미래산업이라는 확신

동파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고령기와는 기와 두께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오랜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셔틀가마의 경우, 흡수율을 낮추려다 보면 소성 과정에서 뒤틀림 등의 변형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와의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셔틀가마에서 생산되는 암키와 한 장의 무게는 5.3kg 정도.
100m²(30평) 한옥에 1만 장의 기와가 올라가니 그 무게가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튼튼한 기둥과 보의 구조를 갖고 있지 않고서는 기와를 올리기도 힘든 형편이다.

2대 김은동 회장의 뒤를 이어 2006년 회사를 맡은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와를 보급시킬 수 없다고 판단, 2015년에 과감하게 캡슐 방식의 터널가마와 로봇 포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성 설비에만 150억 원이 투자된 과감한 시도였다. 공장 리모델링을 통해 고령기와는
원토에서 포장에 이르기까지 완전 자동화된 한식 토기와 생산라인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작업환경이 워낙 열악해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운 상황에서 자동화만이 답이라고 생각했죠.
꿈이 제와장인 아들에게 제대로 된 공장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
지금까지 제 곁에서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한 일터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제조공정 사이사이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셔틀가마와 달리 터널가마는
가마 안을 수송 대차가 지나가면서 제품이 구워지는 완전 자동화 방식이다.
셔틀가마처럼 가마 온도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지 않고 가마 안의 온도를 계속 유지하다 보니 연료비 절약 효과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터널가마가 도입되고 나서 기와의 무게가 20% 가까이 줄었다.
셔틀가마의 경우 가마 하나에 2,000장의 기와가 들어가지만,
400장 정도가 들어가는 캡슐에서는 공기와 가스 투입량,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열충격과 변형률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5.3kg이던 암키와의 무게를 4.3kg까지 줄였다.

터널가마 도입으로 오랜 숙제를 푼 김 대표에게 기와는 여전히 미래산업이다.
2010년에 개발한 신한옥 기와가 대표적인 예다.
전통기와를 개량해 경제성을 더욱 높인 신한옥 기와는 전통기와의 품격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옥에서 요구하는 싸고 가벼운 기와, 즉 가성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한식 지붕에서 55% 이상을 차지하는 암키와의 형상을 개선해 암키와 한 장으로
기존의 한식 토기와 암키와 2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울러 수키와에는 상하좌우의 진동에도 탈락하지 않도록 인터록킹 방식으로 체결되는 내진설계를 적용했다.
따라서 방수를 위해 많게는 3겹 잇기를 하는 전통 기와보다 기와 소요량이 적으니 훨씬 경제적이다.
기존의 제품보다 기와 비용을 많게는 30%까지 줄일 수 있어 한옥의 느낌을 살리고 싶은 전원주택이나
기와를 올리기에는 집구조가 약한 시골 농가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때로 가장 뜨거운 질문이 가장 지혜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고령기와의 기와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65년간 던진 뜨거운 질문의 결과는 늘 업계 최고라는 명성을 안겨주었다. 그 질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래서 우리의 전통기와는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다.

전통과 혁신을 말하다
김병주 대표

“역사의 이름으로 안주하지 않았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부담은 없는지.

기와에 역사를 담아서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병주 대표

일곱 살 때까지 지금의 공장터에서 살았습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공장에 와서 흙을 가지고 놀았으니,
기와 공장이 제겐 놀이터였죠. 그때 일하던 분들이 아직도 공장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저에겐 기와 만드는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죠. 사실 기와 제작은 생각보다 버라이어티합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기와만 만드는 것 같지만, 기단에 들어가는 전돌, 담장기와, 부속기와, 벽체 전타일 등 품목이 다양합니다.

부친인 김은동 회장께서는 여전히 수제 기와를 만들고 계십니다. 전통을 잇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은데

아버님께서 가끔씩 현장에 나오셔서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만족하지 못한 물건은 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장인정신을 갖고 기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죠.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정신이 있었기에 고령기와가 65년을 이어온 것이겠죠.
힘들지만 수제 기와 제작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비단 아버님뿐만은 아닙니다.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기와에 역사를 담아서 판다는 자부심으로 기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그런 자부심과 욕심 때문이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제품에 대한 욕심이 워낙 많다 보니 항상 부족해 보입니다.
제대로 된 기와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 일환으로 몇 해 전에 유명한 일본 수제 기와 장인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노하우를 배워볼 생각이었죠.
우리에게 기와를 전수받은 일본이 지금은 기와 선진국으로 불리거든요.
그런데 핵심 공정만 빼고 나머지 부분은 다 외주를 주더군요.
어렵게 일본까지 갔는데 건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그 장인이 한국에서 진짜 좋은 기와를 발견했다며
기와 한 장을 건네더군요. 기와 뒷면을 보니 고령기와 마크가 찍혀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뿌듯함을 느꼈죠.

품질에 대한 욕심이 공장에서 여실히 보입니다. 기와 공장이 이렇게 자동화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2015년 자동화 라인 구축을 시작하기까지 아버님과 의견 충돌도 있었습니다.
굳이 자동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셨는데, 1년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기와는 장치산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장이 크지 않은데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동안 더 좋은 기와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조각 퍼즐처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제작했던 양식 기와인 평기와가 그랬습니다.
가볍고 내진 성능이 뛰어나지만, 생소한 모양이 고객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안주해서는 발전이 없다는 생각으로 항상 1, 2년 앞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해왔습니다.

현재 1, 2년 앞을 내다보고 주력하는 사업이 있다면.

신한옥 기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현재 마을 단위로 한옥마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전통기와의 멋을 살리면서도 저렴한 신한옥 기와가 기와 보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울러 국책사업으로, 전통기와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기와와 첨단기술의 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이자 기와가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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