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견뎌온
경상북도의 뿌리 깊은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양조장

영양탁주합동

  • 소재지:경북 영양군 영양읍 동부천2길 1-2
  • 대표자명:권시목
  • 설립연도:1926년
  • 선정연도:2013년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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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이 좋은 고장은 술맛 또한 좋다.

물맛이 좋은 고장은 술맛 또한 좋다. 술맛이 좋은 고장은 사람들 인심 또한 좋다. 이곳 영양에는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 중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남아 있다. 무려 88년의 내력을 간직한 영양 양조장은 처음의 그 날처럼 아침이면 고두밥을 쪄내고, 술 익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양군지郡誌에는 영양 양조장 ‘SINCE 1925’로 기록되어있다. 등기상은 1926년인데 그 이유는 등기가 나오기 전에 인허가가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내륙의 섬 영양에서 이처럼 오래도록 양조장이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영양에는 예부터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많았다. 현재의 양조장도 열 개의 양조장이 하나로 합쳐 이루어진 것을 보면 최소한 네 개 이상의 술도가(양조장)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영양군지에 1930년 주류 제조업주는 무려 15명에 달했다. 이곳은 처음에 청주淸酒공장이었다가 해방이 되자 탁주공장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던 것이 1971년 영양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술도가들이 현재 자리의 ‘영양동부양조장’ 자리로 합쳐진다. 정식 명칭은 ‘영양주조주식회사’였다. 그리고 뒤이어 1988년 ‘영양양조유한회사’로 바뀌게 된다. 당시 인부 십여 명이 북적였을 정도로 호황을 이루었다.
현재 ‘영양탁주합동’ 권시묵(67세) 대표 할아버지 권상목 옹께서 가업을 이어받아 법인 상속이 아닌 법인 대 법인 대표로 변경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원래 선대의 고향은 충재고택이 있는 봉화의 닭실마을이었다. 증조할아버지가 영양의 주실마을 한양조씨 며느리를 얻어 할아버지가 주실마을에서 살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할아버지는 자연스레 이곳에서 양조장을 경영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대를 이어 아버지가 이어받아 꾸려오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서울에서 30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던 권시묵 대표가 영양으로 내려와 가업을 이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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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영양탁주는 아침 6시면 고두밥을 찌기 시작한다.

고두밥은 불린 쌀을 찜통에 잘 쪄내야 한다. 설익으면 신맛이 강하게 되고, 너무 익으면 시원한 맛이 반감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8시가 되면 고슬고슬 익은 고두밥을 퍼내고 골고루 식혀 누룩을 함께 섞어 술을 만드는 첫 과정에 들어간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작은 창문 사이를 뚫고 들어온 새벽바람이 희미한 백열전등 아래 고두밥에서 올라오는 김과 섞여 연신 운무를 연출한다. 온 공간이 희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고두밥을 퍼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실루엣으로만 잡힌다. 그중 한 분이 이곳에서 약 50여 년을 하루같이 술을 빚어온 공장장 권부웅(73세) 옹이다. 고향도 이곳 영양읍이다. 어린 시절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 주인이 바뀌어도, 시대가 바뀌어도 권부웅 옹은 한결같았다. 뽀얀 얼굴, 선한 눈매,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입가의 미소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60대 후반쯤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권 대표와 둘이서 술을 만들고, 배달까지 하는 일인 삼역도 거뜬히 해낸다. 그래서 막걸리 맛이 한결같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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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생막걸리’는 물론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옛날에 거쳤던 과정 그대로 용기만 조금씩 현대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옛 우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술을 빚기 위해 가까운곳에서 맑은 물을 퍼내고자 양조장 내부에 우물을 판 것이다.

물이 차고 미네랄이 풍부하여 가뭄에도 이용할 수 있으니 영양막걸리의 비법은 바로 50여년을 하루같이 일해 온 공장장의 손맛과 이곳 물맛에 있는 것이다. 이곳 ‘영양생막걸리’의 맛은 아주 특별나지는 않다. 쌀과 밀가루 반반씩 섞은 만큼 색깔 또한 누르스름하지도, 뽀얗지도 않은 반반씩이다. 톡 쏘는 청량감이 있다든가 진하다는 느낌이 없이 다만 약간 달착지근한 맛에 시원한 맛을 겸하고 있다. 그러나 입맛에 길들게 되면 긴 여운을 주는 맛이다. 즉, 잔이 거듭될수록 마시는 즉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미묘한 감칠맛이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도 어울리고, 아저씨 아주머니는 물론 젊은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 밭에서 일하다 마셔도 부담이 없고, 반주로 마셔도 좋다. 비오는 날 마셔도 어울리고, 뙤약볕에서 마셔도 어울린다. 오래되고 좋은 벗과 함께 마신다면 오래된 이집의 내력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이것이 영양 사람들에게 일편단심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도수는 일반적인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6도이다. 원재료는 쌀 50%, 밀가루 50%다. 그러나 병에는 ‘소맥분 100%’라고 되어 있다. 1961년 정부의 주세법 개정과 1966년 쌀 사용 전면 금지령 이후 밀가루로만 만들다가 1990년 금지가 풀리고 쌀값이 떨어지면서 쌀막걸리의 비중도 높아졌는데, 당시에 많이 만들어 놓은 상표 라벨이 남아 있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권 대표의 말이다. 이곳 양조장에 직접 가서 사면 한 병에 750원이다. 시장이나 식당에서 마시면 한병에 1,500원을 받지만 기본 안주가 푸짐하게 나오니 이것이 덤이고, 영양 사람들의 인심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