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경북 의성에 씨앗, 즉 종자와 함께 65년을 이어 온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종묘의 산실이자 자존심인 ‘경신종묘’다. 경신종묘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을 위해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치룬지 15일 후, 1948년 5월 25일에 황영정 (2005년 작고) 옹이 처음 시작했다. 대한민국과 그 역사를 함께해온 것이다. 황영정 옹은 현 경영주 농학박사 황해진(59세) 대표의 아버지이다.
종묘는 채소의 종자, 즉 씨를 다루는 일이다. 그런 만큼 자금과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농민의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농민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농민과 함께 웃고 울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었다. 초창기에는 신품종 개발을 서둘렀다. 그러나 종자란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는 것이 아니다. 5년에서 10년, 길게는 15년, 20년을 두고 연구하며 정성을 들여야 결과가 나오는 업종이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5~6년이 지나야 가시화된다. 자연 발생에서 인위적인 종자 교배로 신품종을 개발하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 및 추위와 습도에 따라 잘 적응하는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신종묘는 우리나라 종자 역사와 함께해온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 종자를 일본에서 수입 할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말에서야 우리나라에서 채소 종자가 개발된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우수한 교배종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품종개발을 가진 일본은 한국과 품종개발 수준을 동등하게 보고있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한해 1천500억 원 정도다. 경쟁력은 영업력뿐 아니다.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많이 개발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세계는 지금 육종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경신종묘 역시 뒤처질 수 없었다. 자체 연구소는 물론, 서울대 분자육종연구소, 농림수산식품부와 서로 협조하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종묘는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생명체를 다루는 직종이다. 종묘의 신품종 개발 역시 BT(Bio Technology), 즉 생물산업이다. 특히 신품종 개발은 종묘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완벽한 기술 확보와 함께 잠시라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경신종묘는 업계에서 가장 단단한 경영구조를 가진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종자’만 가지고 한우물을 판 덕에 1948년 설립 이후 2대째 채소종자 160여 품종을 보유한 회사로 거듭났다. 자체 육종연구소를 비롯해 호주·뉴질랜드·미국·이탈리아·덴마크·중국에 전문 종자 생산 회사를 통하여 연간 생산량은 1천 섬(100t)을 훨씬 넘는다. ‘박달무’라고 불리는 유명한 품종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이곳 지형인 ‘한골’의 이름을 따 ‘한골채菜’라는 채소도 개발했다. 황금노랑배추를 포함하여 매년 3, 4종의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 무·배추 종자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