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견뎌온
경상북도의 뿌리 깊은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식품

농업회사법인 진영유한회사

  • 소재지:경주
  • 대표자명:손석만
  • 설립연도:1971년
  • 선정연도:2016년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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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는 “율동한과”

경주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에 율동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 속 대나무밭이 있는 망산과 경주의 진산 남산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다. 앞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그 멀리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고 있다. 뒤로는 모산母山이 포근하게 마을을 품었다. 물을 끌어들이고, 바람을 막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사람이 모여 살기 딱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논밭을 앞에 두고 마을 귀퉁이에 자리한 “율동한과” 전시판매장에 문이 잠겼다. 창에 전화주시면 몇 분 안에 달려오겠노라 쪽지가 붙어 있다. 늘 상주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거나, 잠시 외출 중일 게다. 단층 건물, 단출한 전시판매장이지만, 밖에서 보아도 반듯한 유과만큼 깔끔하다.
 

그곳에서 논틀밭틀을 벗어나 백여 미터 떨어진 유과 만드는 곳을 찾았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넓은 터, 자갈이 깔린 마당에 농기구가 이리저리 놓여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장이 높은 조립식 건물 옆에 곁달린 작은 건물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뽀얀 얼굴, 세련된 벙거지를 눌러쓰고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었다. 이 집 이규란 여사의 며느리 전진희(33세) 씨다. 얼굴과 손, 앞치마에 묻은 하얀 가루가 그녀가 누군지 대번에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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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자신이 농사지은 것으로 유과를 만든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면서 유과로 태어나기까지 일 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다. 유과를 만드는데 드는 보리쌀로 엿기름을 틔우고, 질 좋은 율동쌀로 조청을 달인다. 찹쌀로 유과 바탕을 만드는 것은 물론, 겉을 장식하는 쌀까지 식구들이 정성 들여 가꾼 농산물로만 사용한다. 가스와 식용유만 사서 쓸 뿐이다. 설탕과 물엿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당뇨 환자들도 마음 놓고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천년고도 경주 양반가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던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도 이들만의 자존감이 발동해서다.
 

만드는 양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간혹 의심을 눈총을 보낸다. 진실은 통하는 법이다. 밤에 작업이 이루어지니 그네들이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까닭에 흔히 할 수 있는 이야기려니 할 뿐이다. 일이 얼마나 고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옛날 힘겹던 시절을 떠올리면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반죽을 동력의 힘을 빌린다. 건조는 기술의 힘을 빌렸다. 달이는 것, 만드는 과정 모두를 손으로 한다. 정성이 곧 맛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일일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에 한계가 있다.
 

2006년 우연히 이곳에서 만든 유과 맛을 본 할머니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물어물어 직접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 주시던 딱 그 맛에 잊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어찌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음식에 장난칠 수 있을까. 정성은 기본이자, 맛에 담긴 사연은 이들의 유과사랑이다.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람들의 손맛에 대한 기대가 옛날 방식을 고집하게 한다.
 

전화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멀리 서울은 물론 외국에서까지 이곳 유과를 찾는다.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추억을 더듬고 옛정을 살려주는 유과다. 입에서 입으로 맛이 소문나면서 무작정 찾아오면 헛걸음하기 일쑤다. 그래서 100% 전화 주문이라고 한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작업하면 토·일요일 잔치에 사용하기 위해 많이들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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