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견뎌온
경상북도의 뿌리 깊은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식품

천연식품

  • 소재지:경주
  • 대표자명:김명수
  • 설립연도:1977년
  • 선정연도:2015년
상세 내용

1.jpg

김명수 젓갈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김명수 젓갈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생겨났다. 감포가 고향인 ‘천연식품’의 김명수 대표(76세)는 학교를 마치고 22살이 되던 해부터 몸에 젓갈 냄새를 적시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당시 농사일과 함께 멸치잡이도 하던 할아버지 김경용 옹(작고)이 광복을 맞이하면서 젓갈공장을 인수한 것이 인연이었다. 참으로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고추장만 가져오면 언제든지 지천으로 널려있는 멸치로 밥반찬이나 도시락 반찬 이 가능했을 정도로 이곳은 멸치가 풍부하게 잡혔을 뿐만 아니라 인심도 후했다.

지금도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그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멸치를 삶고 나오는 물로 간장을 담그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줄을 서기도 했다. 부잣집에서나 메주로 간장을 담아 먹었을 뿐 찌들어 가난한 살림살이로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동네에 천석꾼 한명 보다 후리(어장) 하나 있는 것이 낫다는 말이 다 있었을까.

당시 아버지는 대형 젓갈탱크 여러 대를 가지고 있던 일본인 아래서 운전을 했기 때문에 대신 어머니가 젓갈 담그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김명수 대표는 자연스럽게 젓갈과 더불어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평생을 멸치와 젓갈탱크, 그리고 젓갈이 곰삭아가는 옹기와 그 곳에서 풍겨나오는 냄새를 몸에 묻히고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잠시 젓갈과 떨어진 적도 있었지만, 영원히 잊을 수는 없어서 결국 22살이 되던 1961년에 젓갈탱크를 가지고 있던 종 고모님의 부탁에 못 이겨 젓갈과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얼굴 골골에 주름이 잡혀 있지만, 젓갈 하나만큼은 여전히 자신이 있다. 게다가 아들 김헌지 씨(40세)가 동생 헌목씨와 함께 젓갈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물론 판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2.jpg

옹고집의 장인정신

우리나라 젓갈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 한다. 문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젓갈의 역사는 2천 년 전부터 먹어왔다던 중국보다 앞선다. 신라시대에는 육지에서 나는 고기로 젓갈을 담아 먹었는데 그 맥은 끊어지고 이제는 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로 젓갈을 담그는데 ‘천연식품’의 젓갈은 그 맥을 이어 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국에 ‘명품젓갈’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김명수 대표는 젓갈이라고 그냥 젓갈이 아닐 만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의 옹고집에는 그의 아들들도 손을 들고 만다. 젓갈 탱크에 치멸를 넣을 때 염도가 맞지 않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탱크를 비워버린다. 그만큼 젓갈은 염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충 넘긴다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20~25°에 맞는 염도계가 필요해서 염도 측정기를 직접 개발해 200여개 주문하 기도 했다. 단 서너 개면 족하지만, 최소한의 제작 수량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천일염은 날씨에 따라 염도가 달라지는 까닭에 85%에서 오락 가락 하는 염도를 맞출 수 없어 현재는 정제염을 쓰고 있다. 정제염은 88~98% 사이를 약간씩 오갈 뿐 늘 같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정제염을 쓰는 곳이 많아졌다. 또한 인위적으로 맛을 조작할 수 있는 다른 것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발효기간도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1년의 발효기간을 거친다면 이곳에서는 최소 3년이 넘어야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이익만을 위한다면 감히 이행치 못할 일 이다. 어찌 욕심이 없었을까만 할아버지 때부터 보아왔던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버텨왔다. 그러니 투명한 빛깔과 맛 등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젓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김치를 담았을 때 보다 그윽해지는 맛이 당연 압권이다. 김 대표는 제품의 질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라도 찾아다녔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다녀왔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젓갈과 비슷한 이태리의 앤초비(온초비)는 통멸치를 갈아서 만든 것으로 그 위에 올리브기름을 넣으면 아래위로 분리가 되면서 숙성이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이태리 요리에 간을 맞추는 양념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것까지 구해와 연구를 거듭했다. 뿐만아니라 태국의 유명한 조개액젓까지 두루 섭렵해 이제는 가히 젓갈의 명장明匠이 되었다.



3.jpg

천연식품 진짜배기 젓갈

좋은 젓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싱싱한 멸치를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정제염을 정확한 비율대로 섞어 젓갈을 담는다. 이어 지하 저장고에서 최소 3 년의 숙성과정을 거침으로써 더욱 진하고 깊은 맛으로 탄생한다. 실제로 ‘천연식 품’의 30톤 젓갈 탱크 100여개는 3년을 묵힐 수 있는 양이다. 오래 묵을수록 깊고 단맛이 나며 잡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5년에서 8년까지 묵혀 맛을 내는 것이 앞으로의 포부와 큰 희망이다. 그만큼 생산과 투자에 있어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100년 묵은 종가집의 씨간장이 세간의 화두가 되었듯이 오래 숙성시킨 젓갈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욕심 아닌 욕심이 그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명성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을 다하면 하늘도 알아주는 법이다. 어느 날, 횡성의 어느 김치공장에서 견학을 온 적이 있었다. 말이 견학이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젓갈의 생산 과정과 신선도, 깊이, 맛, 위생상태 등을 점검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다시 나타난 그들이 당장 계약을 하자며 제의를 해왔다. 그러나 김명수 대표는 단호히 거절했다. 마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구매했던 단골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만들어 놓은 젓갈을 주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팔 물량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객에게 팔고 남은 것을 주겠다며 제의를 했다.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천연식품’에서 김명수 대표가 만드는 젓갈을 신뢰하고 있었던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현금을 주고 구입해가는 방식으로 손을 잡은 것이 당시 우리나라 최고라 자부하던 김치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그로 인해 물량을 늘려야 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12년 째 거래를 해오고 있다. 다만 5년 전부터 1개월로 결재방식만 바뀌었을 뿐 이다. 물론 그런 덕에 생산라인도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이제는 서울이나 대도시 백화점에서도 김명수 대표의 이름을 건 젓갈이 판매대에 올라 팔려나 가는 중이다.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귀퉁이 감포읍에서 만든 젓갈이 서울 사람들 입맛에도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용물을 속이지 않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100% 만족하지 않으면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해 버리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종류도 둘로 나누어 생산한다. 젓갈도 지방에 따라 선호하는 것이 각기 달라서, 서울이나 대구 등 내륙의 도시에서는 냄새가 나는 젓갈을 선호하지 않는 반면 부산이나 울산 등 바닷가 사람들은 냄새가 나는 것을 좋은 젓갈로 알아주기 때문이다. 마치 대구나 경상도 사람들이 전라도 고유의 음식 홍어에 기겁하는 것이나, 서울 사람들이 포항 과메기에 머리를 흔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4.jpg

한국의 입맛 김명수 젓갈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인생이었다. 해가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졌고, 바다의 풍요를 항구에 풀어놓는 새벽의 풍경에 가슴 설레곤 했다. 그랬던 소년이 이제는 70 중반을 넘겼다. 바다의 짠 맛을 부드럽고 깊게 만들어 사람들의 입맛을 감치게 만드는 젓갈로 승부를 걸어온 사람답게 김 대표는 감포 앞바다에서 나는 멸치만 고집한다. 단순한 추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나는 멸치로 생산했을 때는 그가 원하는 연분홍의 고운 빛깔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다시 이곳 감포 멸치만 고집하는 까닭이다.

만드는 방식도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다. 60년 대 초 할아버지가 지하 탱크에서 만들던 그 방식을 고집한다. 사계절 날씨의 영향을 받는 지상의 발효와 달리 지하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고 숙성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늘 한결같은 맛을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일반적으로 멸치젓갈이라고 하면 으레 액젓만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젓갈이 생산된다. 어패류를 통째로 발효시킨 건더기는 어된장으로 사용되고, 이것을 걸러 나오는 액체는 어간장으로 사용된다. 이 어간장은 액젓과 다르다. 김명수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어간장을 ‘뻑뻑이’라는 제품으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옛날부터 꽁치와 멸치를 혼합해 젓갈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렇게 발효된 젓갈을 김치와 시래기 등 우리 고유의 음식에 넣어 요리하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이에 김 대표는 이 제품의 숙성을 위해 저온창고를 지하에 새롭게 장만했다. 상품의 질을 위해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김명수 젓갈은 진짜 젓갈만을 만든다. 50년 전 시작할 때의 마음이 변치 않는 이상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그 때의 그 장소에서, 마치 오래된 붙박이 벽화처럼 대를 이어 젓갈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전글 (주)미정
다음글 양남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