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견뎌온
경상북도의 뿌리 깊은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연탄

김천합동연탄공사

  • 소재지:김천
  • 대표자명:김호건
  • 설립연도:1961년
  • 선정연도:2013년
상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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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회상

이른 아침이었다. 김호건(91세) 옹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회사로 출근했다. 하루의 시작은 평생 가꾸어온 연탄공장에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벌써 공장 안은 하루를 시작하려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연탄을 실어가기 위한 트럭들이 몇 대 줄지어 서 있다. 옛날 100여 명이 바쁘게 움직였던 시절에 비하면 한적하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최신식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공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로 들어와 깊숙이 의자에 몸을 기댄다. 지금 김천합동연탄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아들 김성태(54세) 대표가 반긴다. 한 잔의 차를 앞에 놓고 잠시의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건네면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그리고 손을 들어 보이고 사무실을 나선다. 오늘 하루의 반을 공장에서 보내고 이제 잠시 쉴 요량이다. 매사에 밝고 적극적인 아들이 흡족해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돌아서는 노신사의 등에 봄날의 따스한 햇볕이 밝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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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통의 '김천합동연탄'

김호건 회장이 1961년 처음 김천 시내에서 연탄공장을 열었을 때, 연탄의 소비도 호황을 이루었다. 당시 수공업 수준의 연탄공장이 김천에만 여섯 곳이나 난립해 있었다. 지금의 김천합동연탄이 공장 규모를 가진 최초의 공장으로 운영됐다. 그래도 나라에서는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연탄파동도 일어났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유류가 에너지원을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차, 2차 유류파동이 일어나면서 연탄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2년 7월 1일 김천합동연탄은 김천 시내에서 지금의 자리인 평화동 김천역 뒤편으로 옮겼다. 문경 가은탄광에서 생산되는 석탄가루가 기차에 실려 김천역까지 오면 기차 레일을 이용해 곧바로 이곳에서 받아 연탄을 생산해내려는 생각이었다.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생산량이 늘어나고, 사세도 조금씩 커져갔다.
 

석탄의 현실화 조치로 채산성이 호전되었지만, 수요의 부진과 생산 감소라는 곡절을 겪게 된다. 결국 전국에 폐광촌이 늘어나면서부터 김천 시내에 있던 연탄공장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단순히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었던 김천합동연탄은 끝까지 연탄 질로 승부를 걸었다. 기름값이 상승하자 시골이나 시설재배 농가에서는 가계에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연탄 보일러로 대체하였고, 서민의 에너지인 연탄에 정부지원금이 보조되면서 연탄산업은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나 식당에서도 연탄 보일러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탄이 생산되는 수량만큼 정부보조금이 나온다는 소식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전국 46개 연탄공장 중에서 경상북도에만 연탄공장이 12곳이나 난립하게 된다. 서울에 2곳, 강원도 9곳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많은 편이다. 그러자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경쟁은 상품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다.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타지에서 생산된 저질탄이 김천으로 유입되면서 하루 두 장을 때면 너끈하던 구공탄이 서너 장 혹은 다섯 장까지 때야 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연탄제조 회사에서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결과, 열량이 한 번에 소모되므로 하루 두 장이면 충분한 것을 석장 이상 들어가게 된 것이다. 김천합동연탄은 김천에서 50년 넘게 연탄을 생산해서 인근 상주, 영동, 구미, 성주 등지로 공급하고 있다. 이미 연탄업계에서 품질이 우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자 덤핑이 판을 치고,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연탄이 김천합동연탄으로 나돌기도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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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김천합동연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막아야 했다. 함께 덤핑에 동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김천합동연탄은 생산하는 연탄 옆면에 두 줄 홈을 놓아 김천합동연탄에서 생산되는 연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었다. 자부심이 담긴 아름다운 홈이다.
 

이제, 아들 김성태 대표[(주)융석종합건설 대표]가 함께 가업을 꾸려가고 있다. 젊은 만큼 씩씩하다. 다른 제조업체의 덤핑에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손해만 나지 않으면 언제라도 연탄을 생산할 것이라 말한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논리의 현실에서 어쩌면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과욕은 무리한 성장을 부르고, 무리한 성장은 진리의 눈을 멀게 만든다. 나름대로 긍지와 사명감으로 꾸려가고 있다.
 

현재 김천합동연탄은 인근지역에서 가장 큰 연탄공징이다. 검은 가루가 날리는 연탄공장, 세상을 따듯하게 했던 기억을 간직하며, 활활 타오르는 연탄처럼 미래에 더욱 불길이 일어날 것을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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